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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신부 악마 AU by 비영

 “ㅡ성자와 성부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이마에서 가슴팍으로, 한 쪽 어깨에서 다른 쪽 어깨로. 성호를 긋는 손길이 부드럽다.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죠타로는 고개를 들었다. 촛대 하나가 겨우 십자가를 밝힌다.

 

 처음 이 마을에 찾아왔을 때,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단출하다 못해 제대로 있을 것도 없는 성당. 금방 산짐승이라도 다녀간 것처럼 휩쓸려 있는 내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봐도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아니, 대답하지 못했다. 마을에 무언가 큰 일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는 홀로 서 있는 십자가 앞에서 기도했다. 등불 하나만이 그의 옆을 지켰다.


 그 다음 날부터 죠타로는 바쁘게 일했다. 반쯤 부셔져 버린 긴 의자를 들어 옮기고 임시로 끌어 온 의자를 배치했다. 보고만 있던 사람들도 손을 모아, 거의 하루 만에 성당은 원래 모습으로 바뀔 수 있었다. 다행이었다. 그 폐허가 이렇게 빨리 돌아올 수 있을 줄이야.
 
 죠타로는 미사를 보던 재단 앞으로 가 자리에 앉았다. 성당 안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앞으로 쭉 뻗은 카펫. 양쪽에 늘어서 있는 의자. 문 위에 있는 작은 십자가와 등 뒤에 있을 터인 그 분의 초상. 그리고 이곳에 오게 된 이후로 단 한 가지, 바꿀 수 없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홀로 남은 성당에서는 발자국 소리가 더 잘 울렸다. 또각, 또각. 시계였다. 중심에 누군가 주먹이라도 갖다 박은 것처럼 큰 흠집이 나 있고, 3시부터 7시까지의 분침이 함몰되어 알아보기도 힘든 시계.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왜인지 물어보면 그 자신도 대답하기 힘들었다. 그저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손을 뻗어, 가장자리의 차가운 금속제 테두리를 쓸어내린다. 부드럽게 호선을 긋던 검지가 멈추었다. 급하게 달려오는 발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죠타로는 몸을 돌려 문 쪽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문이 열렸다.

 

 “신부님! 악마가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러니까, 가서 보시면 알 겁니다!”

 

 열 두 시부터 두 시, 영들이 제일 출몰하기 쉽다는 시간대. 마을 주민들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밤 늦게 홀로 미사를 드리곤 했던 죠타로였다. 설마 정말로 악마가 나타날 줄이야. 죠타로는 빠르게 나갈 채비를 했다. 십자가와 성수를 챙겨 문을 나섰다. 가능하다면 뿌리째 뽑아 버릴 생각이었다. 그 불안의 근본을.
 등 뒤에서 흔들리던 불꽃은 속절없이 꺼져 버렸다.

*

 “얼른 자백해라!”

 

 안내를 따라 도착한 광장에서 죠타로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평범한 학생처럼 보이는 자다. 붉은 머리칼에, 온 몸에 쇠사슬을 두르고 있는 모습. 죠타로는 앞으로 나아가 붉은 머리의 남자 앞에 턱하니 섰다. 묘한 느낌이었다. 동시에 옆의 인영들이 뒤로 어느 정도 물러났다.

 

 “...이 자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

 

 묻는 목소리는 정갈하고 엄숙했다. 어느 사람이 대답했다. 불경한 말을 사람들에게 전했습니다. 또 어느 사람이 대답했다. 요상한 보석을 만들어 아녀자들을 홀렸습니다. 이내 목소리는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섞여 커졌다.

 

 “조용히 하라!”

 

 죠타로의 한 마디로, 장내는 다시 고요해졌다.
 죠타로는 알고 있었다. 이 붉은 머리의 남자가 악마인 것을. 허나 이 곳에서 심문한다면 일이 더 커질 뿐이다. 죠타로는, 그의 턱을 잡고 살짝 들어올렸다.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얼굴이 겨우 보였다. 상처 투성이였다.

 

 “...”

 

 한참 동안, 서로는 말이 없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죠타로는 입을 열었다.

 

 “......이 자는 내가 데려가겠다. 모두 물러가도록.”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 멀리에서 반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에도 죠타로는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길을 터 붉은 머리의 남자를 일으켰다.
 쇠사슬이 흔들리는 소리가 사람들의 고함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보름달이 뜨고 있다.
 그 눈빛에서 읽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

 

 죠타로는 제 방으로 그를 이끌었다. 붉은 머리의 남자는 자연스럽게 침대 끄트머리에 앉았다. 죠타로도 벽 위의 작은 십자가를 바라보며 성호를 긋고, 그의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가라앉은 분위기 안에서 먼저 말을 건 것은 죠타로였다.

 

 “...이봐. 너. 이름이 뭐지?”
 “카쿄인, 카쿄인 노리아키에요.”
 “...그것 말고.”
 “네?”

 

 죠타로의 눈은 자신을 카쿄인, 이라 소개한 사내를 악착스럽게 옭아매고 있었다. 죠타로는 다시 물었다.

 

 “이름이 뭐냐고 했다.”
 “카쿄인이라고 했잖아요.”

 

 카쿄인은 순간적으로 목이 졸린 채로 침대 헤드에 부딪쳤다. 죠타로가 한 짓이었다. 이 모습을 보자면 광장에서는 비교적 화를 참고 있던 것임이 틀림없었다. 카쿄인은 무엇이라도 말하려고 했다. 작은 움직임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죠타로가 목을 더 죄어 왔다.

 

 “...네 이름을 말해라.”
 “......”
 “얼른!”

 

 카쿄인의 눈이 불그스름하게 빛났다.

 

 “... 릴리트.”
 “......허?”
 “...”

 

 죠타로는 당황했다. 그 이름을 듣게 될 줄이야. 성경에서도 완전히 지워진 이름이었다. 하지만 제 앞에 있는 이 자는. 목을 그러쥐고 있던 손의 힘이 풀어졌다.

 

 “...세례명 같은 거라도 되나 보지, 그래?”
 “당신들과 같다고 착각하지 말아 줬으면 해요, 천박하긴.”
 “허어, 천박하다라.”

 

 이 자는 위험하다,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렇기에 이 곳에서 최대한 물고 있을 필요가 있었다. 목의 주박이 사라진 카쿄인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편하게 침대 위에 앉았다. 죠타로는 다시 그에게 질문했다.

 

 “...고해성사는 해본 적 있나?”
 “악마한테 뭘 바래요? 내 이름을 들었다면 더 이해할 텐데.”

 

 창문을 가로지른 달빛이 카쿄인의 등에 가득 젖어났다. 그는 웃었다. 방의 한 면에는 침대가 있었고, 나머지는 책상과 성서들로 가득 차 있었다. 카쿄인에게는 당장 독이 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이렇게 시작하면 되는 건가요?”

 

 그는 다시 여유롭게 웃는다. 순진한 열 일곱의 소년처럼.
 이제까지 많은 마을을 거쳐 이 곳으로 온 카쿄인에게 긴 말은 필요치 않았다. 여자든 남자든 홀려 버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빼앗아 간다. 설령 그것이 무엇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빼앗긴 것처럼, 하나씩 빼앗아 왔었다.
 하지만 이 남자는 달랐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기백이 있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아무리 침입하려 해도 바위로 계란 치기였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소란을 피웠다. 그 광장에서 직접 잡혀 나왔다. 이 동네 신부 나으리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그래.”

 

 썩은 성직자들은, 제 눈빛만 한 번 내주면 뭐든 다 내주는 데 비해 이 자는 달랐던 것이다. 카쿄인은 다시 입을 열었다. 흔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놀이에 더 어울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좋아요, 계약을 하나 하도록 하죠.”
 “무슨 계약 말인가.”
 “50일 동안 저와 여행을 하는 거에요.”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죠타로는 동요 없이 대답했다. 내려앉던 시선이 정확히 카쿄인을 향했다.

 

 “저를 최대한 붙잡아 놓고 싶었던 게 아닌가요?”
 “...”
 “밖에 두기는 위험하고, 그렇다고 잡아 두기는 힘들고. 50일이면 꽤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디를?”
 “어디든 좋아요, 발 닿는 곳이면.”
 “...이 곳에서는 지낼 수 없나?”
 “뭐? 계약 안 하겠다고요?”
 
 금방, 몇 년은 알던 사이처럼 지독하게 웃는 카쿄인. 죠타로는 천천히 카쿄인에게로 다가갔다. 달빛이 죠타로의 어깨에 닿아 부서졌다. 카쿄인은 미동도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제는 없었다.
 입술이 닿았다. 그처럼 목석같은 입술이었다. 카쿄인은 알고 있었다. 약속, 그래. 어린 아이들처럼 새끼손가락을 꼭 걸고 하는 약속이었다. 이 밤 안에 누구의 침입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다가와 떨어졌다. 그 뿐이었다.

 

 “이것으로 되었나.”

 

 금방 고개를 돌려 문으로 향했다. 카쿄인은 급하게 그를 불렀다.

 

 “잠시만!”
 
 한숨 소리가 방에 울려퍼졌다. 죠타로는 다시금 카쿄인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또 무엇을.”
 “...이름이 뭐죠?”
 “쿠죠 죠타로. 세례명은...”
 “대답해요.”

 
 “세례명은, 성 아담.”
 “......”
 “그럼 뭔가 치료할 거라도 들고 오도록 하지.”
 
 문이 닫혔다. 카쿄인은 그가 나간 자리를 그저 바라보다가, 크게 웃었다.

 

 *

 

 죠타로는 눈을 떴다.

 언제나 볼 수 있는 자신의 방 안, 일본식 천정이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무서운 꿈이라도 꾼 것처럼 온 몸이 땀으로 가득했다. 죠타로는 덮은 이불을 걷어내고 자리에 앉았다. 급한 대로, 그는 카쿄인을 불렀다.

 

 “카쿄인, 이봐, ...카쿄인!”

 

 카쿄인이 부스스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 육아를 뽑아내기 위해 머리에 다친 상처 외에 얼굴에 난 생채기가 눈에 익었다.

 

 “...왜, ...죠타로?”
 “아니....아니다. 좀 불안해서 그만.”
 “그래, 슬슬 일어나야지.”

 

 죠타로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고개를 돌려 다시 카쿄인을 바라봤다.

 

 “... 카쿄인.”
 “응?”
 “.....아니다.”

 

 표정이, 영 기분이 묘한가보다. 카쿄인도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죠타로는 먼저 문을 옆으로 열어젖히고 밖으로 나갔다. 햇빛이 쨍하니 방 안으로 들어왔다.
 50일간의 긴 꿈, 그 시작이었다.

 

JOJO's Bizarre Adventure 3rd story JOTAKAKYO AU 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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